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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일지

도전, 발전, 그리고 비전 : #1 도전

승주의 아카이브 2023. 2. 15. 23:19

한동안 이 블로그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만든 이 블로그는 내 서비스의 홍보용 블로그가 돼버린 지 오래다.

 

오늘 길고 길었던 학원을 끝마치고 학원 앞에 있는 서점에 잠시 들렸다.

오랜만에 느낀 서점의 향기는 하루종일 몇 만개의 픽셀만을 쳐다보는 나에게 활자에 담긴 이야기들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책을 죽어도 읽기 싫어하는 나지만,

책을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새로운 벅참과, 새로운 영감에 젖어드는 나이기에,

오늘 내 몸 깊숙이 스며든 서점의 고유한 향기와 종이조가리들 위에 나열된 잉크 자국들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그리고 문득,

이 블로그의 존재가 떠올랐고,

나는 오늘 이 글을 적어본다.

 

 


 

 

이 글을 통해 내 블로그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를 소개하자면,

 

나는 얼마 전에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평범한 중학생이다.

 

그저 친구들과 노래방 가고, 

소리 지르며 축구를 하고,

주말만 되면 방구석에서 게임하고,

코드 몇 줄 끄적거리는 그런 평범한 청소년이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내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다.

 

나는 학생이자,

팀 큐빗의 대표이자,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즐기는 챗봇 게임인 마쵸봇의 메인 PD이자 메인 개발자이다.

 

나는 매일 유저들의 피드백을 읽고,

통계 자료들을 확인하고,

팀원들과 신규 콘텐츠에 대해서 토론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의문의 버그들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는다.

 

물론 학생의 신분으로서,

이것들을 매일 행하면서 공부에 적잖은 방해를 받기도 하고,

평범한 학생의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과

만 열다섯 살이 하기에는 너무나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민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짓거리를 계속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많다.

 

맞다.

이 일은 학생인 나의 일상에 큰 모래주머니로써 작용하고 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 일은 그만하는 것이 맞고, 언젠가는 그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

 

 


 

#1 도전

 - 도전, 발전, 그리고 비전

 

겁 없고, 철 없던 아이의 하찮았던 첫 걸음

 


 

 

마쵸봇은 디스코드라는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구동되는 챗봇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디스코드 상에서 가상의 주식을 사고팔며 돈을 불려 나가는 일종의 게임이다.

 

내가 이 서비스를 처음 만들게 된 계기는 꽤나 단순하다.

내가 마쵸봇을 만들기 전에, 모 개발팀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었던 슷칼봇이라는 챗봇이 있었다.

 

슷칼봇의 콘텐츠는 마쵸봇과 똑같은 가상 주식 게임봇이었다.

나는 슷칼봇에 완전히 매료돼 있었고,

방학 때면 하루종일 친구들과 이 봇을 붙잡고 놀곤 했었다.

 

이랬던 나에게,

아니, 슷칼봇을 즐기던 유저 모두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 들려왔다.

 

바로 슷칼봇이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사실이었다.

당시에는 슷칼봇이 디스코드 챗봇들 중에서 사실상 가장 유명한 봇들 중 하나였고,

이를 대체할 만한 봇들이 딱히 없던 상황이었다.

 

너무나도 슷칼봇의 콘텐츠를 좋아했고,

재밌게 즐겼던 나는 이런 획기적인 콘텐츠가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런데 열세 살의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겁도 없고 철도 없던 그 아이는

 

자기가 직접 그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프로그래밍이라고는 자바스크립트로 웹사이트만 한두 번 만들어봤던 그 아이는

3일 동안 잠도 줄여가며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봇을 결국 만들어냈다.

 

지금 보면 이해하지도 못할 정체불명의 스파게티 코드들을 몇 천 줄씩 나열해 가며,

나만의 슷칼봇, 마쵸봇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쵸봇은 내가 만든 봇이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게임의 방향을 마구잡이로 바꿀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처음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주가 변동 주기였다.

기존의 슷칼봇은 약 5분 정도(솔직히 몇 분이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의 주가 변동 주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주식을 사고, 팔고,

내 주식이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확인하기에 5분이라는 시간은 길어도 너무나도 길었다.

긴 주가 변동 주기는 전체적인 게임의 템포를 떨어뜨리고, 

유저들을 루즈하게 만들기 너무나도 쉬웠다.

 

나는 슷칼봇의 한 유저로서,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적어도 나만의 봇인 마쵸봇은 빠르고 스릴 넘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마쵸봇의 주가 변동 주기를 1분으로 설정하였고,

이는 내가 이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고 있는 가장 큰 동기이자,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주가 변동 주기까지 설정하고 난 뒤,

몇 분동안 내가 만든 봇을 즐겨봤다.

 

결과는?

 

당연히 너무나도 재밌었다.

 

애초에 게임의 콘텐츠 자체가 내가 너무 좋아하던 방식이었고,

그걸 그대로 베껴오고, 거기에 내 입맛대로 게임을 수정하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난 곧바로 슷칼봇을 함께 즐기던 내 지인들, 친구들에게 마쵸봇을 들고 갔다.

 

그리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내가 절실히 느끼고 있던 니즈들은

슷칼봇을 즐기던 다른 유저들도 그대로 느끼고 있던 니즈들이었고,

 

마쵸봇은 그 니즈들을 완벽하게 해소해주는,

그야말로 엄청난 봇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이 겁 없고 철 없는 아이는

이런 지인들의 반응을 본 순간 생각했다.

 

아.

이거다.

 

 


 

 

나는 마쵸봇을 서비스하기로 결정한 뒤,

 

지인들과 함께 마쵸봇을 즐기며 발견한 몇몇의 버그들을 수정하고

곧바로 오픈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나와 함께할 동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개발자, 운영자, 그리고 디자이너까지

내 좁디좁은 인맥 속에서 몇몇의 소중한 동료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그렇게 딜라이트 스튜디오가 만들어졌다.

(현재의 팀 큐빗은 딜라이트 스튜디오에서 이름이 바뀐 결과이다)

 

크루원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정식 출시라는 한 곳을 바라보며 질주했고,

이내 그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 밖의 세상은 야생 그 자체였다.

모두가 열광할 것이라 예상했던 그 아이의 기대와는 다르게,

마쵸봇은 처참히 외면당했고,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 성장세라고는 새발의 피만큼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고... 긍정적이고... 순진했던... 그 때의 그 아이는...

봇의 참여 서버(채팅방) 개수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고,

 

유저 한 명, 한 명 늘 때마다

팀원들에게 온갖 호들갑은 다 떨었다.

 

돌이켜보면,

참 긍정의 힘이란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운영을 하다보니

디스코드 DM 창에 빨간색 알림이 하나 떠 있었다. 

 

바로 디스코드 본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2 발전에서 계속.

 

결말 미리보기 ↓↓↓

https://koreanbots.dev/bots/962717541887803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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